<소설> 혼자뜨는 달 2025

혼자뜨는 달 2025 (^o^)/ 제1권: <밤의 시작, 달의 그림자> (1)

대표수석연구원 2025. 5. 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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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낯선 캠퍼스, 엇갈린 시선



2025년, 늦가을.
서울 외곽에 위치한 H대학교 캠퍼스는 오후 4시를 지나며 한층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햇살은 잔디밭 위를 기울게 스쳤고, 스마트 벤치마다 따뜻한 네온조명과 함께 지친 학생들을 감쌌다.
공기가 묘하게 느슨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특유의 나른함, 그것은 무기력함과 자유의 기묘한 혼합이었다.
나선랑은 그 풍경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잔디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오른손엔 갤럭시 S25 울트라. 케이스 가장자리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화면은 끝없이 스크롤되고 있었다.

“MZ세대, 생존을 위한 N잡 전쟁”
“2030년, 사라지는 직업 TOP 10”
“AI가 인간보다 더 감성적?…”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럴듯한 제목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 안엔 답이 없었다.
어쩌면 이 시대 자체가 질문만 남긴 채 끝나가는 중일지도 몰랐다.
친구들은 공채 준비, 대외활동, 창업, 해외연수.
한 명씩, 무언가를 붙잡고 도망치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만... 다른 시간 속에 던져진 것 같았다.
세상이 ‘정답’을 찾는 사이, 그는 여전히 ‘질문’ 속에 있었다.
그 순간, 폰에서 인스타그램 릴스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반짝이는 아이돌의 챌린지 영상.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조명, 과장된 표정, 빠른 리듬.
그는 핸드폰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숨이 막히도록 가벼운 콘텐츠였다. 현실이 너무 무겁다는 사실을, 그것들이 도리어 증명하는 듯했다.
그때였다.
바람이 방향을 틀며, 무언가를 데려왔다.
자전거 도로 너머, 가을 햇살을 등에 진 누군가가 조용히 나타났다.
아이보리색 코트. 허리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흑발.
그리고, 고개를 약간 젖힌 채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한 여자.
선랑은 그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는 마치 낡은 필름 속에서 걸어 나온 인물처럼 보였다.
어느 누구와도 섞이지 않고, 아무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는 채—
자기만의 리듬과 감도로 세계를 걷는 듯했다.
그녀의 손에는 은은한 사파이어 블루 빛의 아이폰 16 프로가 들려 있었다.
렌즈는 하늘을 향했고, 그녀는 때때로 멈춰서 나뭇가지의 그림자, 건물 벽면에 드리운 빛의 결을 담았다.
이어폰을 낀 그녀는 그저 '소음 속의 정적'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목엔 얇은 실팔찌 몇 개가 무심히 감겨 있었고, 손톱은 짧고 깨끗했다.
폰 뒤엔 작은 행성 모양의 그립톡이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어딘가 고독하고, 묘하게 아름다웠다.
선랑은 이상하리만큼 그녀의 존재가 마음을 흔드는 걸 느꼈다.
그녀는 사람이라기보다... 파동에 가까웠다.
매일 반복되던 무료한 일상에 돌을 하나 떨어뜨린 듯, 잔잔한 파문이 퍼져 나갔다.
그녀는 말없이 캠퍼스 중앙을 지나 언덕길로 걸어 들어갔다.
번잡한 메인 건물을 피해, 오솔길로 접어든 그녀는 미디어 아트 학관 방향으로 사라졌다.
선랑은 그녀가 사라진 자리만 한참 바라보았다. 잔디 위, 그 흔적 하나조차 남지 않았건만.
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아까의 릴스 영상은 이제 의미 없었다.
카카오톡을 열었다. 익숙한 친구 목록을 무심코 스크롤했다.
프로필 사진들. 강아지, 커플, 여행지, 음식, 셀카.
그러다—
‘그녀’와 같은 공기를 품은 무언가에,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달.
새벽 2시 무렵의 하늘에 걸린 듯한 희미한 초승달의 이미지.
프로필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어둠 속을 홀로 걷는 자, 그 그림자마저 빛이 되어라.”

심장이 순간 움찔했다.
이건… 우연인가? 혹은 어떤 운명의 장난일까?
이름은 없었다.
얼굴도, 단서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확신했다.
방금 전, 그녀와 같은 기류가 이 한 줄에 녹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그 프로필 사진을 확대하려 했다.
이미지는 흐릿했다. 마치 일부러 초점을 흐린 것처럼.
그는 다시 친구 목록을 훑기 시작했다.
찾고 싶었다.
그녀의 이름, 존재,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빛나던 무언가.
 
2025.05.26 - [<소설> 혼자뜨는 달 2025] - 제1권: <밤의 시작, 달의 그림자> (2)

제1권: <밤의 시작, 달의 그림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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